‘지금 팔까’라는 질문을 버렸다

시장이 움직일 때마다 반복되던 질문

지수가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머릿속에서 같은 질문들이 돌았다. 지금이라도 더 살까. 차익실현을 해야 하나. 현금을 좀 빼둘까. 떨어질 것 같은데 뭔가 방어를 해둬야 하지 않나. 질문의 모양은 네 가지지만 뿌리는 하나였다 — 시장이 움직였으니 나도 뭔가 해야 할 것 같다는 조바심. 답을 찾느라 리포트와 뉴스를 뒤졌고, 답은 매번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달라졌다.

지난 글에서 종목 대신 비율부터 정했다는 이야기를 했다. 이번 글은 그다음 이야기다. 비율을 정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 — 문제는 답이 아니라 질문 쪽에 있었다는 것을.

제목의 ‘마법’이 붙는 자리

『마법의 연금 굴리기』를 처음 읽을 때, 제목의 ‘마법’은 과장이라고 생각했다. 오른 자산을 일부 팔아 내린 자산을 채우는 일 — 말로 하면 ‘고점 매도, 저점 매수’인데, 이건 모두가 원하지만 아무도 꾸준히는 못 하는 일이다.

그 ‘마법’이 어디에 붙는 말인지, 나는 리밸런싱 대목에서야 이해했다. 이 일을 예측으로 해내려 하지 말라는 것. 비율을 정해 두면 오른 자산은 저절로 목표를 초과하고, 내린 자산은 저절로 미달한다. 그 괴리를 원래 비율로 되돌리기만 하면 ‘비싸진 걸 팔고 싸진 걸 사는’ 행동이 자동으로 나온다. 시장을 단 한 번도 예측하지 않고서다. 내게 그 ‘마법’은 수익률이 아니라, 예측 없이 그 행동이 나온다는 데 붙은 말로 읽혔다.

네 가지 질문이 한 질문으로 수렴한다

그 뒤로 서두의 질문들을 다시 보게 됐다. 지금 살까, 팔까, 현금을 늘릴까, 방어를 넣을까 — 네 질문의 공통점은 전부 ‘시장’이 주어라는 것이다. 시장이 신고가라서, 시장이 떨어질 것 같아서. 주어를 ‘내 비중’으로 바꾸면 네 질문은 한 질문으로 수렴한다. “목표 비중에서 지금 얼마나 벗어나 있는가.” 벗어났으면 되돌리고, 벗어나지 않았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. 답은 이미 룰 안에 들어 있었다.

시점을 맞추려는 시도가 얼마나 비싼지는 숫자로도 확인된다. Morningstar가 미국 펀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2024년 말까지 10년을 분석한 결과, 펀드 자체는 연 8.2%를 냈는데 투자자가 실제 손에 쥔 것은 연 7.0%였다. 그 1.2%p 차이가 들어갔다 나왔다 한 대가, 즉 타이밍 결정의 비용이었다.

내 달력에는 트리거가 두 개뿐이다

내 리밸런싱 규칙은 두 줄이다. 하나, 분기마다 날을 정해 비중을 점검한다. 둘, 어느 자산이 목표 금액에서 15% 이상 벗어나 있으면 그때 한 번 더 손을 댄다. 이 둘 말고는 트리거가 없다. 신고가도, 금리 발표도, 환율 급등도, 폭락 경고 영상도 트리거가 아니다.

계좌가 여러 개(연금 계좌들과 일반 계좌)로 나뉘어 있어서 점검은 늘 합산 기준으로 한다. 연금 계좌는 규제 때문에 한 계좌만 떼어 보면 비중이 어색해 보이지만, 전부 합쳐서 내가 정한 그림이 나오면 된 것이다.

점검일에 하는 일은 단순하다. 나는 스프레드시트 한 장으로 모든 계좌를 합산해서 본다. 계좌별 잔고를 채워 넣으면 종목마다 현재 비중과 목표 비중이 나란히 계산되고, 목표에서 벗어난 만큼이 ‘추가 매입 필요’ 금액으로 뜬다. 그 숫자가 기준 안이면 그대로 덮는다. 기준을 넘은 자산만 사고판다.

목표 비율 자체도 고정불변은 아니다. 몇 달에 한 번, 점검하는 날에 비율표를 손보기도 한다. 다만 그때도 이전 비율을 지우지 않는다 — 날짜를 붙여 옆 칸에 그대로 남겨 둔다. 언제 비율을 어떻게 바꿨는지가 표에 이력으로 쌓이고, 다음 점검 때 그 결정이 근거였는지 기분이었는지를 내가 나에게 검증받는다.

아까운 걸 팔고, 무서운 걸 사는 일

규칙대로 하는 게 쉽다는 뜻은 아니다. 리밸런싱은 매번 본능을 거스른다. 오르고 있는 자산을 파는 건 아깝고, 떨어지고 있는 자산을 사는 건 무섭다. 규칙이 없던 시절의 나는 이 감정을 이긴 적이 없다. 오르는 건 더 샀고, 떨어지는 건 견디다 팔았다. 정확히 거꾸로였다.

규칙을 세운 뒤에도 유혹이 사라진 건 아니다.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파르게 오르던 때, 잠시나마 그 상승 흐름에 올라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. 결국 기준 밖의 매수는 하지 않았고, 그 뒤 폭락하는 시장을 보면서 내 기준을 지킨 것에 안도했다. 돌이켜보면 폭락이 와서 규칙이 옳았던 건 아니다. 시장이 계속 올랐을 수도 있다. 어느 쪽이 왔든 내가 할 일이 정해져 있었다는 것 — 안도의 실체는 그쪽에 있었다.

이 규칙이 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. 상승장이 길게 이어지는 구간에서는 오르는 자산을 계속 덜어내니, 그냥 들고 있는 것보다 못할 수 있다. 내가 이 규칙으로 산 것은 초과수익이 아니라 다른 것이다 — 시장이 어떻게 움직여도 다음에 할 일이 정해져 있다는 상태. ‘지금 팔까’를 묻지 않게 된 것. 그게 이 규칙이 준 가장 큰 이점이었다.

오늘, 달력에 날짜 하나를 박자

그래서 예전의 나 같은 분께 권하고 싶은 건 하나다. 오늘 달력에 리밸런싱 점검일을 하나 등록하자. 분기든 반기든 상관없다. 그리고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비중에 손대지 않기로 스스로 약속하자. 다음에 신고가 뉴스가 나올 때 ‘지금 팔까’라는 질문이 달력의 날짜 하나로 흡수되는 경험 — 그게 리밸런싱의 시작이다.

비율을 정하는 이야기(지난 글)와 그 비율을 지키는 이야기(이 글)까지 왔다. 다음은 그 비율을 무엇으로 채울지, 널리 알려진 모델들을 견줘 보는 이야기로 이어 가려 한다.

※ 개인 경험을 나눈 글이며, 특정 상품이나 투자를 권유하지 않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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